잘 보일수록 자세히 보자.

이해는 매우 복합적인 행위이다. 어떤 대상을 잘 이해한다는 것은, 상황에 따라 그 대상이 어떻게 작동할지 잘 예상한다는 것이다. 이를 위해서는 대상과 다른 대상 사이의 무수한 논리적 · 직관적 관계들을 습득해야 하며, 이는 절대로 쉽지 않다.

어떤 정리를 이해한다는 것과 그것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행위이다. 정리의 증명을 안다고 해도, 정리를 다른 문제에 적용하지 못할 수 있다. 이 경우 정리를 이해했다고 보기 힘들다. 반대로, 정리의 이해에 증명이 필수적인 것도 아니다. 정리를 언제 ·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정확히 파악한다면, 경우에 따라 증명을 모르더라도 충분할 수 있다. 물론, 증명이 이해에 도움을 줄 수는 있다. 하지만, 증명이 너무 테크니컬한 경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.

어떤 방법을 통해 정리를 이해할 수 있을까? 테렌스 타오는 글 ‘Learn and relearn your field‘에서 다음 질문들을 생각해보길 권한다.

  • 정리의 다른 증명을 찾을 수 있는가?
    • 두 증명은 동등한가? 서로 다르게 일반화되는가? 공통점은 무엇인가? 각 증명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?
  • 명제의 각 조건들은 필수적인가?
  • 보다 일반적인 명제, 추측, 혹은 직관이 있는가?
  • 더 간단하면서도 쓸모 있는 버전을 찾을 수 있는가?
  • 정리를 적용할 수 있는 좋은 예시에는 무엇이 있는가?
  • 어떤 경우에 그 정리를 사용하면 좋은가? 그렇지 않은 예시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?
  • 정리의 다른 분야 버전을 찾을 수 있는가?
  • 정리가 어떤 패러다임 혹은 프로그램과 잘 맞아떨어지는가?

테렌스 타오는 이미 조화해석학의 세계적 권위자이지만, 지금도 기초 조화해석학에서 놀라운 사실들을 발견한다고 한다. 이는 어떤 대상을 이해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으며, 더 많은 것들을 알수록 대상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. 나뭇잎을 눈으로 관찰하면 잎맥 등의 거시적 구조를 볼 수 있다. 하지만, 일부 과학자들은 단순한 물체라도 더 자세히 보고 싶어 했다. 그 결과, 광학 현미경이 발명되었으며, 이를 이용한 세포의 발견은 생물의 이해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. 수학적 개념들도 마찬가지다. 잘 보일수록 자세히 보아야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다.

참고자료

[1] Terence Tao. Learn and relearn your field. What’s new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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